무 배추 밭에 들어가
잡초를 뽑으면서 늘 미안한 마음을 피하지 못합니다.
같은 풀, 같은 생명인데 나의 목적 때문에
이들을 뽑아버리는 나의 행위가
인간의 이기심이라는 생각을 피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.
그런데 며칠 전엔 나비도 잡아 죽였습니다.
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참 많이 잡아죽였습니다.
아름다운 노래의 대상이 되었던 그 나비를!
배추벌레가 번지기 시작하였기 때문입니다.
배추벌레가 바로 나비의 애벌레가 아닙니까!
인간의 목적과 관점에 따라
이토록 행동거지와 마음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
한 인간이 지니는 입장이란 얼마나 상대적인 것인가 하는 것을
몸서리치도록 느낍니다.
그러니 한 인간이 지니는 입장과 목적이
얼마나 위험한 것일 수 있겠습니까?
산마루서신 중에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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