십칠 년을 보내며
십칠 년을 보내며
허허벌판 간조한 땅
이 땅의 헛헛함을 보게 하시며
깃발을 꽂으라는 울림에
작은 믿음으로 내디딘
그 길이 십칠 년을 지나게 했습니다.
길목마다 힘에 겨워 주저앉을 때
눈감으면 감싸시는 따스함에
돌아서지 못하고 서툰 걸음마를 뗄 때
삶의 수레바퀴는 돌고 돌아
그 시간이 십칠 년을 보내게 했습니다.
이제
작은 동산 위에 뿌린 씨앗들이
꽃으로 피어나고
꽃들이 열매로 맺어지기를
기다리며 기도하며 기대합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