씽크대의 물 때
매일매일 죽도록 대면하는 곳이 씽크대이다.
이 씽크대 녀석에게 필연적으로 끼는 것이 있는데 틈새를 타고
올라오는 까만 물때이다.
칫솔로 박박 문지르고 철 수세미로 닦아도 여전히
어느틈엔가 자리잡아 주인노릇 하는 것도 물때이다.
오늘 아침 문득 물때를 닦다가
불현듯 스치는 마음이 있었다.
아! 내 안에도 어느틈엔가 이렇게 자리하여 주인노릇하는 것이
있지 않을까 하는 물음표이었다.
내 마음과 생각은 늘 주님으로 채워지기 원하고
주님과 동행하고 싶다고 하지만
어느 한순간 바빠서 닦지 않으면 금새 생기는 물때처럼
삶이 바쁘다고 말씀과 기도를 조금만 멀리하면
물때처럼 생기는 것이 내 안에도 있으리라
그래서 나는 오늘도 바쁜 와중에 성경을 잡았고,
성경타자 화면과 대면했다.
여전히 조급함은 또다른 나를 재촉하지만
그래도 말씀이 내곁에 있다는 묘한 안도감이
나를 평안으로 붙든다.